무선청소기, 숫자 하나로 고르면 안 되는 이유

무선청소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숫자는 흡입력입니다. 문제는 이 숫자가 브랜드마다 다른 기준으로 표기된다는 점입니다. 삼성과 LG는 대부분 W(와트) 단위를 쓰고, 다이슨 계열은 AW(에어와트)라는 자체 단위를 씁니다. 두 단위를 1:1로 환산해서 비교하는 경우가 있지만, 측정 방식 자체가 달라 정확한 비교는 아닙니다.

무선 스틱 청소기 예시 사진

숫자보다 용도별 최소치를 봅니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기준은 절대적인 숫자보다 용도별 최소치입니다. 일반적인 마룻바닥 청소가 중심이라면 20AW 안팎이면 충분하고, 카펫이 깔려 있거나 반려동물을 키워 털과 먼지가 많은 집이라면 25AW 이상을 기준으로 봅니다. 숫자가 이보다 훨씬 높다고 해서 체감 성능이 비례해서 좋아지는 것도 아니어서, 이 구간을 넘어서면 흡입력보다 무게, 소음, 먼지통 위생 관리 같은 다른 요소가 실사용 만족도를 더 크게 좌우합니다.

배터리 표기 시간, 0.7을 곱해서 봅니다

배터리 표기 시간도 그대로 믿기는 어렵습니다. 제조사가 표기하는 시간은 대부분 흡입력이 가장 약한 절전 모드 기준이고, 표준 모드로 쓰면 그보다 짧아지며 최대(터보) 모드로는 공식 표기 시간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대 60분이라고 표기돼 있다면, 표준 모드로는 40분 안팎, 터보 모드로는 그보다 훨씬 짧게 예상하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카펫 청소나 순간적인 먼지 제거처럼 터보 모드를 자주 쓸 일이 있는 집이라면, 표기 시간보다 배터리를 교체하면서 쓸 수 있는 모델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낫습니다.

소비자원 시험이 보여 준 실제 격차

표기 시간의 의미를 수치로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습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21년 12월 발표한 무선청소기 7종 비교 시험에서 연속 사용 시간은 최대 모드 7~15분, 최소 모드 29~80분이었습니다. 제품 간 격차는 최대 모드 2.1배, 최소 모드 2.8배였습니다. 소음은 최대 모드 80~83dB, 최소 모드 72~79dB였고, 최대 모드에서는 제품 간 차이가 작았지만 최소 모드에서는 차이가 컸습니다. 충전 시간도 2시간 28분에서 4시간 36분까지 1.9배 벌어졌습니다.

스펙표의 사용 시간이 어느 모드 기준인지, 내가 자주 쓸 모드에서는 몇 분으로 줄어드는지 따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반대로 소음은 흡입력을 낮춘다고 크게 줄지 않는 제품도 있어서, 아파트에서 아침저녁으로 쓴다면 최소 모드 소음 수치까지 비교해야 합니다.

헤드 종류도 청소 결과를 가릅니다

흡입력과 배터리만큼 실사용에 영향을 주는 게 헤드 종류입니다. 러그나 카펫이 많은 집이라면 회전솔이 촘촘하게 박힌 터보브러시가 머리카락과 먼지를 더 확실하게 긁어내고, 마룻바닥이나 타일이 중심이라면 롤러 형태의 소프트 헤드가 바닥을 긁는 소음도 적고 흠집 걱정도 덜합니다. 두 헤드를 교체 장착할 수 있는 모델이라면 공간 성격에 따라 바꿔가며 쓸 수 있어 활용도가 더 높습니다.

무선청소기 헤드와 회전솔 구조

필터가 물세척 가능한 제품인지도 확인해볼 만합니다. 물세척형은 주기적으로 씻어서 떨어진 흡입력을 다시 회복시킬 수 있지만, 완전히 말리지 않고 장착하면 냄새나 곰팡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씻은 뒤에는 최소 하루 정도 그늘에서 완전히 말린 다음 다시 끼우는 편이 안전합니다.

오래 쓰려면 사기 전에 챙길 것

  • 배터리 교체 비용. 같은 소비자원 시험에서 교체용 배터리 가격은 29,000원에서 160,000원으로 5.5배 차이가 났습니다. 본체 가격이 비슷해도 몇 년 뒤 부담이 달라지므로, 교체용 배터리 가격과 사용자가 직접 갈아 끼울 수 있는지를 구매 전에 확인해야 합니다.
  • 먼지통. 다이슨 사용 안내는 먼지가 MAX 표시선에 닿으면 바로 비우라고 안내합니다. 가득 찬 채로 쓰면 필터를 더 자주 청소해야 할 수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습니다.
  • 필터 주기. 다이슨 안내는 물세척 필터를 최소 한 달에 한 번 씻고 24시간 이상 완전히 말린 뒤 끼우라고 안내합니다. 다른 제조사 제품도 설명서의 세척 주기와 건조 시간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 거치대와 구성품. 소비자원은 시험 결과를 발표하며 거치대 종류, 자동 먼지 비움 기능, 포함된 액세서리가 제품마다 크게 다르니 구매 전에 확인하라고 안내했습니다. 같은 가격대라도 이 구성에 따라 일상의 번거로움이 달라집니다.
  • 보관 환경. 리튬이온 배터리는 열과 높은 충전 상태에 약합니다. 배터리 자료 사이트 배터리 유니버시티에 따르면 25℃에서 1년을 보관할 때 40% 충전 상태는 용량이 96% 남고, 100% 충전 상태는 80%만 남습니다. 여름 베란다처럼 뜨거운 곳에 두지 않고, 오래 쓰지 않을 때는 완충 상태로 방치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제프스토리 의견

무선청소기의 만족도를 정하는 것은 흡입력 숫자보다 자주 쓰는 모드에서의 실사용 시간, 배터리 교체 비용, 먼지통과 필터 관리의 편의입니다. 소비자원 시험이 보여 준 것처럼 같은 급으로 표기돼 있어도 실제 격차가 큽니다. 비교 순서는 내가 쓸 모드의 사용 시간, 배터리 교체 가능 여부와 가격, 관리 편의, 거치대와 구성품, 마지막으로 흡입력 숫자가 맞습니다.

참고: ajd.co.kr 무선청소기 구매가이드, 전력만세(electronics10000.com) 무선청소기 흡입력 단위 설명, 한국소비자원 무선청소기 사용시간 비교 연구를 참고해 작성했습니다.